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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

스무살 즈음인가 피시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을 때 일이다
피시방 카운터 앞줄은 항상 게임을
전문으로 하시는 분들이 앉아계셨는데
그분들 게임하는거 구경하는게 그나마
무료한 시간을 달래고 좋았었다

하루는 한분이 어쩐일인지
게임을 안하시고 영화를 보셨다
그때 당시 무섭기로 소문이 자자한 공포영화였다

카운터에서 너무 잘보이는 자리라
나도 모르게 자꾸 시선이 갔고
정말 소문대로 얼마안가 카운터를
내팽겨치고 화장실로 도망갈 정도로
소름끼치게 무서웠다

세상에!
혼자있는 화장실이 더 무서웠다
바로 뛰쳐나와 안절부절 2시간을
고개를 못들고 난리부르스를 떨었다

드디어 영화가 끝나고 평화가 찾아오는 듯 했으나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그 주인공 귀신은 첫사랑처럼
내마음속에 들어왔다


밥먹을 때도 생각나고,
집에 갈때도 생각나고,
잠잘때도 생각나고,
심지어 혼자 잠들지 못해서
항상 친구 바짓가랭이 붙들고 잠이 들었다
화장실에서 머리감을 때가 진짜 최고였다

몇개월을 그렇게 마음에 품고
아주 시도때도 없이 생각나서
몸서리를 쳤었다

누가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했던가
아직까지도 안잊혀지는거 보면
첫사랑 쯤으로 봐도 무방하다
정말 무시무시한 첫사랑!

타고난 겁쟁이로서
공포영화 만든 사람 뿌듯하게
정말 최선을 다해 무서워해줬고
내마음 속 저장까지 했으니
이것도 나름
최고의 덕질이 아닌가 파워숄더해본다